하라 료 《지금부터의 내일》, 비정하기보다는 츤데레 스타일에 가까운 사와자키 탐정의...
페이지 정보

본문
읽는 일에서 보다 직접적인 즐거움을 느끼고자 연이어 추리 소설을 읽고 있다. 하라 료는 레이먼드 챈들러로 대표되는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을 계승하는 일본의 작가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에 비견되는 탐정 사와자키를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를 발표했다. 1988년부터 2018년까지 다섯 권의 시리즈물이 발표 되었고, 《지금부터의 내일》은 2018년에 출간되었다. 하라 료는 2023년에 사망하여 《지금부터의 내일》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탐정 일을 삼십 년 가까이 해왔지만, 의뢰인이 협력자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이 끝난 뒤 내 일처리에 만족하지 않은 의뢰인은 별로 없었으리라. 친구 삼고 싶은 의뢰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의뢰인이 친구가 된 적은 없었다. 탐정 일이란 그런 것이다.” (p.
17) 사와자키는 ‘탐정’를 운영하는데, 와타나베는 없다. 와타나베는 사와자키의 였고 그저 그 이름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따름이다. 이러한 태도부터가 사와자키를 대변하는 듯하다. 사무실은 혼자 운영하고 있으며, 사와자키에게는 휴대 전화가 없고 전화 응답기 같은 것도 사용하지 않는다. 사설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우리에게는 낯설다. 아마 일본에서도 휴대폰이 나오기 전의 유물일 것이다. “다음 날 나는 니시신주쿠 사무실에 출근해서 책상 앞에 앉아 오전을 보냈다. 그러는 내내 책상 위 전화를 노려보았다. 전화라는 녀석은 노려보고 있으면 좀처럼 울리지 않는 법이다. 끝내 의뢰인 모치즈키에게 전화는 오지 않았다.” (p.
86) 소설은 자신을 모치즈키라고 소개한 신사의 품위를 지닌 의뢰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의뢰의 내용은 오래된 요정의 여사장의 사생활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단순한 의뢰이고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고 여긴 조사이지만 그 여사장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게다가 모치즈키가 알려준 연락처는 사와자키를 더욱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도록 만들 뿐이다. “내가 관여한 조사의 의뢰인이나 관계자들은 ‘나의 일’을 기억할까? 기억한다 해도 대개 하루빨리 잊고 싶은 불쾌한 기억이리라. 불평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런 ‘탐정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의뢰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조사를 맡는 바람에 결과를 보고조차 할 수 없는 얼빠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p.
354) 사와자키는 대부 업체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이 때문에 가뜩이나 사와자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닌 니시고리 형사에게 심문을 당한다. (물론 당하는 것이 사와자키인지 니시고리인지 헷갈리는 상황의 연속이다.) 여기에 또 탐정 직원인 하가와라나 야쿠자 조직인 세이와카이 간부 하시즈메 등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독자들은 뻗어나가는 이야기의 레일에서 내려설 수가 없다. “모든 게 당신 탓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진짜 이름을 밝히지 못하게 만든 건 저라는 탐정의 책임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당신과 제 잘못이 반반입니다. 저는 탐정이라서 상황에 따라 두 번이든 세 번이든 가명을 사용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인종입니다. 당신에게 사죄받으면 곧 제 자신이 비난받는 듯한 기분이 됩니다.” (pp.398~
399) 사와자키는 서양식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주익공에 비한다면 그래도 부드러워 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결국 밝혀지는 이야기의 숨겨진 내막은 꽤나 감성적이기도 하다. 수수께끼를 풀기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얼키고 설킨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하드보일드의 특징을 보인다. 다만 사와자키는 비정하지만 정의감이 넘치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일종의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하라 료 / 문승준 역 / 지금부터의 내일 (それまでの明日) / 비채 / 423쪽 / 2021 (
2018)
- 이전글탐정사무소 배우자 외도문제 탐정사무소 26.01.06
- 다음글흥신소의뢰금액 정보확보 의뢰비용 정확했던 실체 26.01.06


